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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소설)최진영- 구의 증명

by 화더 2024.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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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작가에 대하여

1981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서울에서 태어났다. 낮엔 일하고 밤엔 글 쓰다가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팽이』, 『겨울방학』 등을 썼다. 앤솔러지 『장래 희망은 함박눈』을 함께 썼다. 박범신, 공지영, 황현산 등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제15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되었으며,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처: 예스24 작가 소개)

 

 

의 증명, 목차

구의 증명

작가의 말

 

 

구의 증명, 책 속의 글

깊은 밤 잠 못 드는 몸처럼 이리저리 뒤척이던 걱정과 바람.
쇄골까지 내려온 구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니  푸석한 머리칼이 한 움큼 빠졌다. 
손에 쥔 그것을 가만히 보았다.  
버릴 수 없어서, 돌돌 말아 입에 넣고 꿀꺽 삼켰다.  
밤은 천천히 가고 비는 오지 않았다. 
나는 울지 않았고 구는 숨 쉬지 않았다.
 죽은 구를 안고 있었지만 그와 죽음이란 개념은  전혀 연결되지 않았고 같은 극을 띤 자석처럼 강렬하게 어긋났다.
모든 것,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 같았다.
  서서히 굳어가는 구를 집까지 옮기고  그로부터 수십 일이 지난 후에도 그랬다. 

 

죽으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살아서는 답을 내리지 못한 것들,  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모르겠다.
살아서 몰랐던 건 죽어서도 모른다. 
차이가 있다면, 죽은 뒤에는 모른다고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뿐.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두게 된다.
그것 자체로 완성. 하지만 만약 담이 지금 내게 묻는다면,  우리 탓일까? 하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줄 거다. 
그래서 담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괴로워진다면. 

 

장례를 다 치른 뒤 나는 귀신을 겁내는 아이처럼  집 안의 불이란 불은 죄다 켜놓고  방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린 채, 나를 바라보던  이모의 마지막 눈빛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할아버지도 이모도 죽고 이제 구마저 없고, 나만 살아 있다.
나는 이 문장의 의미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전쟁 중에 태어나서 전쟁만 겪다가 죽는 사람들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곳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조상들의 전쟁에 휘말려 평생을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전쟁이나 질병은 선택 문제가 아니다.
나는, 구의 생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구의 인간다움을 좀먹고 구의 삶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돈이 전쟁이나 전염병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를 게 없었다. 
그건 구의 잘못이 아니었다.
부모가 물려준 세계였다.
물려받은 세계에서 구는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구의 증명, 짧은 감상평

이 책은 여운이 굉장히 오래 남았다.

구와 담의 사랑 혹은 우정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약자들이 느낄 소외감, 외로움, 괴로움들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게 읽었던  <아는 동물의 죽음>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통상의 애도가 아닌, 이기적일지라도 떠난 동물을 추억하고자 각자의 마음이 편해지는 다양한 애도 방식이 마치 구가 담의 신체를 먹었을 때 안정을 느꼈다면 이 또한 하나의 애도 방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술잔을 받으면 마치 이 모든 부담과 빚을 떠안게 된다는 암묵적 의미를 느꼈던 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상실감을 느꼈지만 정작 남겨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한 채 외로웠던 담이 너무 가여웠다.

어디에든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들과 외로운 사람들이 구와 담의 모습이 겹쳐져서 이 책은 더 슬펐는지도 모른다.

와 담이 오랫동안 기억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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