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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에세이) 허은주-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by 화더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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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작가에 대하여

 

동물 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이다.

1977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일했다.

전북대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했고 수의대에서 야생동물의학실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소도시에서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고 있다.

저서로는 [야생동물병원 24(공저)]가 있다.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목차

 

프롤로그
말할 필요가 없다는 오해로 시작된 일

1.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슬픔만 생각한다

꽃비 내릴 때 우리 다시 만나
아주 특별한 새
이미 모든 것은 달라졌다
네가 떠난 후에도 우리는
수의사의 일
얼룩이와 얼룩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제가 데려올게요
슬픔 안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2.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해줄 수 있는 일
펫숍의 투명창
사람인 나는 아주 작은 존재였다
그 병원 잘되나 봅시다
반품되는 동물들
이 새와 함께 산다면 어떨까
삶의 모든 흔적
첫 숨
다른 병원 가보자
마음속 무지개
작별 인사

3. 다르지 않은 마음들에 대하여

물까치의 날들
소리 없는 개
온 힘으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처음 본 하늘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미뤄둔 질문
죽을 만큼 아파도 물지 않는 개는 없다
구더기
칠성이
사라지는 세계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책 속의 글

 

인간이 만든 투명 구조물에 부딪혀 많은 새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투명 벽에 부딪혀 죽어산다.
지난 50년간 북미에 서식하는 새의 30퍼센트가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다.
국내에서 새에 관한 연구와 기록을 하는 연구자와 탐조인들은 매년 같은 장소에서 보이던 새들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새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를 실존에 가깝게 하는 다른 세상이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내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간이 만든 투명 벽에 사라지면 안 될 세상이다.
그 세상이 사라지면 사람도 결국 사라질 것이다.

 

 

오랫동안 사랑이를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나는 사랑이를 바꾸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라, 사랑이가 좋아서 함께 살기로 했을 뿐이다.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이다.
그나마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인데 그것조차도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병원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혹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보호자들을 만난다.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그들에게 나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한다.
생생한 고통 속에서 자신을 미워하는 것만이 가능한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옆에서 같이 그 고통의 무게를 버티는 것뿐이다.

 

 

 

처치실 한편에 두었던 녀석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산도에 걸려 있던 녀석.
차갑게 젖은 검은 털, 축 처진 작은 다리, 짧지만 날렵한 모양새를 갖춘 꼬리.
완벽한 한 생명체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거기엔 생명이 없었다.
콩콩 뛰던 작은 심장이 느려지다가 결국 멈추고, 흉곽을 부풀리던 숨이 멎는 것.
삶과 죽음은 아주 짧은 순간 뒤바뀌지만, 돌이킬 수 없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묵직한 현실이다.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짧은 감상평

 

 

소도시에서 동물 병원을 운영하며 만났던 동물들과의 인연, 헤어짐, 마지막 기억들.
진정으로 동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소통했던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나 또한 마음의 빗장이 툭 풀리게 만들었다.
얼룩이라고 부르는 고양이를 키우는 한 남성.
얼룩이가 죽고 슬픔에 빠져있던 그에게 나타난 아기 고양이. 아기 고양이에게 다시 얼룩이란 이름을 지어주었고, 오랜만에 얼룩이 아빠가 3년 후 병원에 찾아왔을 때, 7개월 정도의 아기 고양이라고 말하는 수의사에게 무슨 소리냐며 얼룩이는 다섯 살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내 마음도 철렁했다.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아파했으면 그 기억을 부정해버리고 잊어버린 것일까.
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동물들의 죽음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이 상품으로 유통되고 폐기되는 현실에서 마음 아파하고, 떠나간 동물들을 추억하고 애도하며 진심으로 기억해 주고 곁에 있는 동물을 사랑해 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병원 안에서, 병원 밖에서 시골 수의사가 마주했던 비인간 동물들 그리고 인간 동물들에 대한 기록과 미뤄둔 질문들! 함께 살던 가족의 죽음을 강아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의 죄책감과 슬픔, 괴로움 곁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개와 고양이를 택배로 사고팔고 반품까지 자유롭다는 충격적인 사실부터, 고속도로 위에서 운송 트럭 위의 닭과 눈이 마주치며 시작된 이야기, 우연히 들어간 소싸움대회에서 마주한 지옥 같은 장면들,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투명 벽에 부딪혀 죽어가는 현실까지…. 반려동물이 가족이 되는 현실의 한편에서 여전히 상품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비인간 동물들이 사는 세상을 허은주 수의사의 선하고 단단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일, 다른 생명들과 한 세계에서 공존하는 일에 대하여 사유하게 한다.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겼던 거대한 세계를 끄집어내 마주 본다. 인간이라는 것이 한없이 미안해지는 일들 속에서 이 책이 그저 슬프고 분노하는 일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동물을 향한 인식이 개선되는 길에 함께 힘을 더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저자
허은주
출판
수오서재
출판일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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