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작가에 대하여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꾹꾹 눌러 쓴 글들로 50만 독자들의 애정과 찬사를 받아온 에세이스트.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제1라디오 〈강유정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살롱 드 뮤즈〉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에 가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낯선 도시를 찾아 헤매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을 찾아 마침내 글을 쓴다.
예술 작품에 대한 감동에 해석을 더하여 글을 쓰는 일이 힘겨운 삶을 견디게 해준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펴낸 책들은 저마다 작은 미술관들을 닮았다.
지은 책으로 『문학이 필요한 시간』, 『공부할 권리』,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월간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마지막 왈츠』, 『블루밍』, 『내성적인 여행자』,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등이 있으며,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 번역 출간되었다.
산문집 『마음의 서재』로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했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목차
프롤로그 찬란한 해방을 꿈꾸는 당신에게
제1관 찬란한 내일을 여는 그림
1 내 안의 눈부신 황금을 찾아준 그림 :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
2 잊고 살던 설렘을 되찾고 싶을 때 : 장 시메옹 샤르댕, 〈라켓을 든 소녀〉
3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에 필요한 그림 :헨리 래번, 〈스케이트 타는 목사님〉
4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게 하는 그림 : 조르주 쇠라, 〈서커스〉
5 안전한 곳에서 꿈꿀 권리 : 카미유 클로델, 〈불 옆에서 꿈을 꾸다〉
6 나의 열정이 길을 잃었을 때 : 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 술집〉
7 당신의 굽은 등을 쓰다듬으며 :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욕실〉
8 이 순간이 지나면, 인생은 어떻게 변해버릴까 : 살바도르 달리, 〈창가의 소녀〉
제2관 사랑, 영원이 된 순간을 새기다
9 사랑한다는 말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 없을 때 : 마르크 샤갈, 〈약혼자와 에펠탑〉
10 홀로 남은 외로움에 막막해지면 : 에드워드 호퍼, 〈호텔 방〉
11 키스 이후, 우리의 사랑은 어디로 갈까 : 프란치스코 하예즈, 〈키스〉
12 서로에게 몰입할 때 사라지는 것들 : 콘스탄틴 브랑쿠시, 〈키스〉
13 영원히 박제하고 싶은 사랑의 순간 : 구스타프 클림트, 〈사랑〉
14 미움 속에서도 싹트는 뜻밖의 사랑 : 야코포 틴토레토, 〈은하수의 기원〉
15 당신과 나를 향한 가장 아름다운 환대 :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16 그 사랑의 방식을 강요하지 마세요 : 줄리오 바르젤리니,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7 가혹한 사랑의 운명 앞에서 : 존 윌리엄 위터하우스, 〈깨어나는 아도니스〉
제3관 빛의 언어로 그려낸 세상 모든 풍경들
18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 클로드 모네, 〈생라자르 역, 기차의 도착〉
19 색채 본연의 즐거움을 누리다 : 조르주 쇠라, 〈화장하는 여인〉
20 내 모든 세상이 고통으로 물들 때 : 에드바르 뭉크, 〈이별〉
21 오직 보랏빛만이 줄 수 있는 위로 : 구스타프 클림트, 〈메다 프리마베시〉
22 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 전기, 〈매화초옥도〉
23 여름, 강렬한 색채와 선의 향연 : 에드워드 호퍼, 〈여름날〉
24 가을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 잭슨 폴록, 〈가을의 리듬〉
25 겨울, 집이 그리워지는 시간 : 피터르 브뤼헐, 〈눈 속의 사냥꾼들〉
26 바니타스, 흐르지 않는 것은 없다 : 카라바조, 〈글을 쓰고 있는 성 제롬〉
제4관 나를 나로 만드는 것들
27 집중할 때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우유를 따르는 여인〉
28 여인에게는 세 가지 얼굴이 있다 : 구스타프 클림트, 〈여인의 세 시기〉
29 당신은 모든 유혹에서 자유로운가 : 프란츠 폰 슈투크, 〈죄〉
30 차라리 이 현실이 꿈이기를 바랄 때 : 프리다 칼로, 〈부서진 기둥〉
31 영원으로 남은 거장의 ‘첫 마음’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론다니니 피에타〉
32 당신이 눈 감은 사이 : 프레더릭 레이턴, 〈타오르는 6월〉
33 책 속에 푹 빠져들고 싶을 때 : 피터르 얀센스 엘링가, 〈책 읽는 여인〉
34 나를 나로 만드는 것들 : 하브리엘 메슈, 〈편지를 쓰는 남자〉
35 자기만의 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 바네사 벨, 〈버지니아 울프
36 처절한 외로움에 손 내밀 때 : 빈센트 반 고흐, 〈죄수들의 보행〉
37 세상을 바꾸는 힘에 대한 이야기 : 노먼 록웰,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
38 식구, 함께하는 소박한 식사가 그리워질 때 : 에두아르 뷔야르, 〈가족의 점심〉
39 네가 있어 비로소 엄마가 되었단다 : 엘리자베트 비제 르 브룅, 〈딸과 함께한 자화상〉
40 자꾸만 훔쳐보고 싶어지는 그림 : 디에고 벨라스케스, 〈비너스의 단장(로크비의 비너스)〉
41 뒷모습이 그려내는 영혼의 지문 : 르네 마그리트, 〈금지된 재현〉
제5관 신과 인간, 그리고 해방의 미술관
42 메두사, 모든 굴레를 벗어버리다 : 카라바조, 〈메두사〉
43 끝없는 악몽 속에서도 빛을 발견하는 용기 :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악몽〉
44 달리의 그리스도, 낯선 세계의 매혹 : 살바도르 달리,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
45 육체의 본질에 관하여 :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고 있는 남자〉
46 오르페우스, 예술가 정신의 영원한 롤모델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발견한 님프들〉
47 오필리아, 누구의 탓도 아닌 비극 앞에 :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48 유디트, 결코 운명에 굴복하지 않으리라 : 카라바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49 살로메, 파렴치한 시선들을 향한 도발 : 귀스타브 모로, 〈환영〉
50 오늘도 다시, 용맹하게 부딪혀볼 용기 : 파올로 우첼로, 〈용과 싸우는 성 게오르기우스〉
특별관 내가 사랑한 미술관들
에필로그 우리의 마음이 만나는 따스한 미술관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책 속의 글
이상하게도 자꾸만 잘못 기억하는 그림이 있다.
그림의 형태는 기억하는데 제목을 자꾸 제멋대로 왜곡하여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호퍼의 그림을 자꾸만 ‘호텔 방’이 아니라 ‘버림받은 여인’으로 기억했다.
정말 그녀는 버림받은 것일까.
누가 이토록 삭막한 방 한구석에 이토록 외로운 사람을 내버려두고 갔을까.
그 녀는 누구를 간절히 원했기에 이토록 처절하게 고통받는 것일까.
이름 모를 한 사람의 절망이 시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우리 가슴속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표정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녀의 막막한 고립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모른다는 두려움, 마침내 버림받았다는 깨달음, 어쩌면 살아 있는 한 계속 이렇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우리는 ‘호텔 방’이라 는 무미건조한 제목을 뛰어넘어 그보다 더 처절한 어떤 감수성을 실어 나른다.
오귀스트 로댕은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들이 전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담고 있음을 발견한다.
로댕은 이렇게 해석한다.
미켈란젤로가 노년기에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많이 파괴해버렸는데, 그는 끊임없이 영원을 추구했지만 예술은 그를 궁극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순간에는 더 이상 예술과 그 자신이 구분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그는 영원불멸의 아름다움을 추구했고, 그것은 그저 눈에 보이는 매끈함이 아니라 설령 울퉁불퉁한 미완성의 상태일지라도 ‘대리석 속의 천사’를 해방시켜주는 것이었다.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리석 에서 천사를 보았고, 천사가 풀려날 때까지 조각했다.” 예술가는 대리석 속에 갇힌 천사를 발견할 줄 아는 눈을 지닌 자이고, 그 천사가 마침내 온전히 풀려날 때까지 조각을 멈추지 않는 존재이니.
나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이 세상이 내가 꿈꾸던 것만큼 따스하고 친절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고흐를 생각하며 힘겨운 시간들을 버텼다.
바깥세상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고통과 충격으로 가득할 때조차도, '내 마음의 치유 공간'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고 있어 비로소 내 지친 마음이 쉴 수 있기에.
한낮에도 눈을 감으면 군청색의 밤하늘과 레몬색의 별빛이 반짝이는 고흐의 별밤이 마치 3D영화처럼 내 마음속에서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한낮에도 나는 언제든 내 마음속 고흐의 별빛으로 잠겨들 수가 있다.
비너스의 슬픔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는 작품은 로댕의 <아도니스의 죽음>이다.
로댕의 비너스와 아도니스에는 구체적 얼굴 생김새는 물론 표정도 없다.
그저 '안음'만이 있다.
그저 그 필사적인 포옹만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사랑, 자신의 모든 힘을 다 동원해도 바꿀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절규하는 비너스의 슬픔이 전해진다.
비너스는 깨닫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버려도 끝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이 또다시 시작되었음을.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짧은 감상평
“해설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라는 문구에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평소 미술 작품을 보는 것에 관심은 있지만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라던지 작품 기법 등을 알아야 ‘작품을 보았다’라는 강박이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정해진 틀을 벗어나 단조로운 시야가 다채로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책장을 덮고도 몇 번을 보고싶어서 폇다 닫았다를 반복했던 작품 3개가 있다.
P.94에 나왔던 카미유 클로델의 <포기(사쿤탈라)>와, p.99의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키스>, p.134의 오귀스트 로댕의 <아도니스의 죽음>.
조각 작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3가지가 전부 조각 작품이라니, 내 자신에게 놀란 순간이었다.
<포기(사쿤탈라)>와 <아도니스의 죽음>은 카미유 클로델과 로댕의 비극적인 만남과 사랑이 작품에 투영되어 더 기억에 남았고 카미유 클로델의 쓸쓸한 고독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키스>는 처음 보았을때는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고, 다시 보았을때는 따뜻했고, 또 보았을때는 웅장함마저 느껴지는 신기한 작품이었다.
저자는 작품을 가슴으로 느끼고 매만질 수 있도록 마법을 부린듯하다.
앞으로 이 마음을 가지고 작품을 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된다.
따뜻하고 쉽고 친절한 도슨트 수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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