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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소설/한국 단편소설) 최은영-내게 무해한 사람

by 화더 202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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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대하여

(소설/한국 단편소설) 최은영-내게 무해한 사람

 

저자인 최은영 작가는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했다.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제5회, 제8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밝은 밤], [애쓰지 않아도], [그 여름] 등의 작품이 있다. 

 

줄거리

 

'내게 무해한 사람'은 총 일곱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곱편의 단편에서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관계와 시간, 감정, 사회적 문제, 누군가는 지나왔을 일들과 상처에 관해 이야기한다. 

 

 

기억에 남는 글

 

어른들은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고, 아무것도 훔치지 말라고 했으면서, 아들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한통속이었다. "너희 할아버지는 네가 딸이라고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으셨단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던 친척들의 웃음을 나는 곱씹어보았다. 

 

윤희가 스물넷, 주희가 스물이던 그해 가을, 둘은 엄마와 같이 살던 그 집을 나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동거가 끝나자 윤희와 주희의 관계를 이어줄 마지막 명목조차 사라졌다. 형식적으로나마 남아 있던 일말의 유대가 끊어지자 둘은 더욱 데면데면한 사이가 됐다. 엄마 기일에 만나 밥을 먹고 서로의 생일에 짧은 문자를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날 기준은 효진이의 어깨를 벽에 밀어붙이고 무릎으로 그 애의 배를 가격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할 욕을 하면서 연속해서, 몸의 반동으로 그 애를 때렸다. 맞을 때 사람의 몸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폭죽이 터지는 소리처럼 펑, 펑. 효진이는 머리를 앞으로 수그린 채로 맞고 있었다.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고개가 더 꺾였다. 애를 죽이겠어. 한 번 더 때렸다가는 분명 효진이가 죽으리라는 생각에 무서워져 그의 팔과 허리를 잡고 효진이에게서 떼어내려고 애썼다. 내가 자기 몸에 달라붙자 그는 나를 향해 씩 웃어 보이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효진이는 두 손으로 배를 감싸 쥐고 앉았다. 팔로 가린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동그란 귀는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 잡겠다. 적당히 해라."
 효진이 아빠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효진이의 부모는 거실에서 코미디 프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효진이는 옷장 앞에 쭈그려 앉은 채 울음이 섞인 딸꾹질을 했다.
 "효진아"
 "주영이, 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효진이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내 맞고 산다꼬, 말하지 말란 말이다."

 

당시는 몰랐지만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던 공포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커졌던 것 같다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독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도무지 사람에게 다가갈 수가 없어 멀리서 맴돌기만 했다. 나의 인력으로 행여 누군가를 끌어들이게 될까봐 두려워 뒤로 걸었다. 
 알고 있는데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함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때문에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몸은 그렇게 반응했다.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우리는 남은 차를 마저 마시고 가방을 든다. 구원이니 벌이니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물며 사랑이니 하는 이야기는 더는 입에 올리지 않은 채로. 우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각자의 우산을 쓰고 작별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걸어간다. 그렇게 걸어간다. 

 

짧은 감상평

 일곱편의 단편중에서 '601, 602'가 가장 인상 깊었고, 공감하긴 싫었지만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외면받고 함부로 대해지던 그 상황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나왔던 그 사람들간에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 그때 내가 그렇게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을까? 그렇게 행동을 해야 했었나. 이러저러한 희미한 후회들과 그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대방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자꾸만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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