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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예술) 구로이 센지-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by 화더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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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관하여

(예술) 구로이 센지-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저자인 구로이 센지는 1932년 도쿄 출생으로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지성파 작가이며, [커튼 콜]이란 작품으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았다. 

[군서 群棲]로 일본 문단의 최고 영예인 다니카키 준이치로 상을 받았다. 

그밖에 [봄의 이정표], [5월을 따라 걷는다] 등 50여 종에 이르는 소설, 희곡, 평론을 발표했다. 

불안과 기묘함이 어우러진 에곤 실레의 작품에 심취한 10여년의 세월을 이 책에 담았다. 

 

 

줄거리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의 작품, 일생, 정체성 등을 담은 책이다. 

1890년 출생한 에곤 실레는 1906년 빈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했으며, 그곳에서 대스승이자 친구와도 같았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를 만나 깊은 영향을 받는다. 

1908년 클로스터노이부르크에서 열린 전시회에 처음으로 참가했고, 1909년에는 보수적인 분위기의 아카데미를 떠나 새로운 예술가 그룹을 결성했다. 이후 표현주의적 성격을 띤 그의 회화 양식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는데, 특히 1911년에 클림트의 소개로 만난 모델 발리 노이칠과 함께 인상적인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모델로 작품을 제작하던 실레는 1912년 미성년자 유괴와 외설스러운 그림을 그렸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24일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1915년 갤러리 아르노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후, 발리와의 동거 생활을 끝내고 에디트 하름스와 정식으로 결혼했다. 이후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여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로서 확고한 지위를 얻게 된다. 

1918년 제49회 빈 분리파 전시회에 참가하여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었으나, 몇 달 후 에스파냐 독감에 걸려 아내 에디트가 사망했고 사흘 뒤 실레 역시 독감에 걸 스물여덟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한다. 

 

 

기억에 남는 글

훗날까지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던 어린 시절의 영상은, 봄날의 가로수가 아름답게 서 있고 때로는 폭풍이 휘몰아치기도 했던 평야에서 시작된다. 인생 최초의 날들에 나는 아름다운 꽃이나 소리 없는 정원의 향내를 즐기고 새소리를 감상하면서,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 속에 스스로의 모습이 장밋빛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가을이 되면 나는 자주 흐느껴 울었다. 봄이 되면 삶의 보편적인 음악을 꿈꿨으며, 그런 다음 멋진 여름을 즐겼다. 그리고 여름이 한창일 때 하얀 겨울을 그리며 웃음 지었다. 그때까지 나는 기쁨 속에서, 어느 때는 해맑은, 어느 때는 비애를 머금은 기쁨 속에서 살았다. 그 후 내게는 의무의 시대와 생기 없는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노이렝바흐 교도소
1912년 4월 16일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내 고통을 덜어 줄 물건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는 종이, 연필, 붓, 물감을 드디어 얻게 되었다. 나에게 고통이란 아무런 장식도 없이 맨얼굴을 드러낸 차가운 벽으로 둘러싸인 채 한 마리의 짐승처럼 보내야만 했던, 야만적이고 혼란스러우며 황량하여 제정신으로는 견딜 수 없는, 한없이 단조로운 회색 일색의 시간을 말한다. 

 

죽음을 맞이한 클림트와 에디트의 얼굴을 소묘한 실레지만 막상 자신의 움직임 없는 얼굴을 그려줄 화가는 없었던 것인가. 그 일 역시 어쩌면 자신의 소임이었을까. 자화상의 화가 에곤 실레가 그릴 수 없었던 유일한 그의 얼굴은 바로 사후의 자신이었다. 
 실레가 이 세상을 떠나가던 모습은 한 장의 사진에 담겨 있다. 구부린 왼손을 머리 뒤에 깔고, 오른손은 수염 난 뺨에 가볍게 댄 모습이 아주 짧은 순간 상쾌한 오수라도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가볍게 쥐어진 그의 커다란 오른손은 어김없이 사진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짧은 감상평

에곤 실레의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내가 느끼기엔 '자화상과 인물을 위주로 그리는 화가이구나'인데 한 번도 왜 에곤 실레는 자화상을 그릴까 하는 의문을 가지진 않았었다. 

자화상치고는 선이 굉장히 투박하면서도 강렬해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기도 했다. 

이런 에곤 실레의 일생과 작품을 담은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부분도 많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황금빛의 [연인]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가 에곤 실레의 스승이자 친구라는 점과 1907년에 아돌프 히틀러가 에곤 실레가 다녔던 빈 미술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 응시하였다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후로 히틀러는 원래 미술을 하고 싶었다는 내용을 볼 때마다 에곤 실레가 떠오르고, 구스타프 클림프의 작품을 볼 때마다 에곤 실레의 스승이라는 점이 떠오른다. 

또한 에곤 실레는 자화상도 많지만 누드화가 굉장히 많은데, 이는 아버지 '아돌프 실레'의 매독성 질환이 인간을 성적 존재로서 파악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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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구로이 센지
출판
다빈치
출판일
200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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