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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한국 장편소설) 김혜진-경청

by 화더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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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저자에 관하여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치킨 런」이 당선되면서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2013년 장편 소설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2018년 장편 소설 「딸에 대하여」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장편 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 등이 있다.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인 '임해수'는 대중에게 알려진 심리 상담 전문가이다.

어느 날 방송에서 일면식 없는 한 배우에 대 발언을 하게 되고 그 후 배우는 자살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사람을 죽인 악인으로 변한 임해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억에 남는 글

 

깊은 밤의 산책은 여러모로 이롭고 안전하다.
환한 낮에는 모든 게 쉽게 드러나고, 사람들은 드러난 것들에 대해 떠드는 걸 좋아하니까.
시야가 좁아지는 한밤에야 사람들의
무시무시한 호기심도 비로소 잠이 드는지도 모른다.
p.11

 

엄마, 그건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어. 나 말고도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아.
나라고 이렇게 일이 커질 줄 알았겠어? 내가 뭘 어떻게 더 해야해? 일부러 그런 말을 했다고 할까?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 작정이었다고 할까? 이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할까?
내가 정말 이런 걸원했다고 생각해? 내가 그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해?
그 사람은 자살했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라고.그녀는 그런 식으로 어머니의 말문을 막아 버렸다.
p.118

 

“동정, 연민, 연약하고 가여운 동물에게 느끼는 흔해 빠진 감정.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자신이 인타까워하는 것이 순무를 사로잡은 고통인지, 그런 고통에 노출된 삶인지,
고통을 견뎌 온 지금까지의 시간인지, 얼마가 될지 모르는 앞으로의 시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것이 순무에 대한 것인지, 자신에 대한 것인지, 그 둘이 뒤섞인 것인지도.”
 p.109

 

“그녀는 거기까지 쓰고, 끝까지 쓰기 위해 몇 개의 단어를 고쳐본다.
내부적으로라는 말을 은밀하게로 바꾸고 비밀스럽게라는 단어를 추가한다.
준비라는 단어를 모의, 작당, 공모, 같은 단어로 바꿔보기도 한다.
무표정에 가까웠던 편지에 어떤 표정이라 할 만한 것이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그녀가 단 한 번도 내보이지 못했던 감정들.
부적절한 마음들. 드러내는 즉시 보복으로 돌아올 단어들.
그러므로 이것은 다시금 보낼 수 없는 편지가 되어버린다.”
p.164

 

전 가끔 그런 생각 해요. 요즘 사람들은 다 반성에
미쳐 있는 게 아닌가.
어디서나 반성하라고 난리잖아요.
반성해라. 왜 반성 안 하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냐.
정말 지긋지긋한 데가 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실은 반성은 본인을 위한 거 아닌가요?
같은 실수를
두 번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럴 정도로
인생이 길지 않은 건 알 만한 나이 아닌가요?
p.244

 

”남들과 선을 긋는 말들. 다른 사람들을 멀리 내모는 말들.
결국 자신의 올바름과 정의로움을 도드라지게 하는 말들, 그러나 그녀에게 그 모든 말들은 차이가 없다.
사람들의 말은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을 상기키시니까.
여전히 모든 게 조금도 잊혀지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끈질기게 자신의 이름이 회자될 거라는 경고니까.
그건 그녀의 자격지심이고 피해 의식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는 휘말리고 싶지 않다.
그게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더는 연루되고 싶지 않다.“
p.15

 

 

짧은 감상평

 

사회와 고립된 임해수와 어느 날 구조하게 된 길고양이 순무, 순무를 구하던 중 알게된 왕따를 당하고 있던 초등학생 세이, 누군가는 혐오하는 길고양이를 돌봐주던 캣맘인 마루맘, 임해수의 곁을 지켜주던 태주와 주현 등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인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낸 책이라고도 생각한다.


제가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한 것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고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일이 참 많다.

돌이켜보면 그 사람과 밥을 먹은 적도 없고 짧은 대화조차를 해본 적도 없는데 뭘 안다고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판단을 했는지 참 어리석고 나쁜 행동이란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저는 알았음에도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임해수의 말처럼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는 생각이 내면에 박혀있었다고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을 많이 되돌아볼 수 있던 책이고, 남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님을

진심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경청
“아줌마, 근데 아줌마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 좋은 사람은 아니야.” “왜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매일 사람들한테 이렇게 사과 편지를 쓰고 있거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 용서받지 못한 가해자 어쩌면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얼간이… 지금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끝난 듯한 이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저자
김혜진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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