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관하여
(소설/일본 단편소설) 요시모토 바나나-아르헨티나 할머니
저자인 요시모토 바나나는 1964년 출생하였으며, 1987년 데뷔하여 '카이엔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 '야먀모토 슈고로상', 등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특히 1988년에 출간된 <키친>은 지금까지 2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되어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열대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키친>, <도마뱀>, <암리타>,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하드보일드 하드 럭>, <티티새>, <허니문>, <하치의 마지막 연인>,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등이 출간, 소개되었다.
줄거리
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미쓰코와 미쓰코의 아버지가 동네 어귀에 다 무너져 가는 건물에 사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라고 불리는 이상하고 독특한 여인을 만나며 가족을 잃은 슬픔과 삶의 방향성을 잡게 되는 과정을 담은 따뜻한 단편소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리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볼 수 있다.
기억에 남는 글
동네 어귀에 다 무너져 가는 건물이 있었고, 거기에는 오래전부터 아줌마 하나가 살았다. 내가 어렸을 때도 아줌마였으니까, 지금은 할머니라 불러도 좋을 나이일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 건물을 '아르헨티나 빌딩'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아줌마를 '아르헨티나 할머니'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당시 요란스러운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유명했던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그 건물에서 아르헨티나 탱고와 스페인어를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다 배우는 학생이 없어지면서 가르칠 의욕을 잃은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머리가 좀 이상해졌고, 옥상에다 텃밭을 만들어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것 같다는 것까지는 다들 알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먼 옛날,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탱고를 배웠다는 소문으로도 유명했다. 어쩌면 절반은 아르헨티나 사람일지 모른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리움이란, 모든 것이 달라진 후에야 비로소 싹트는 것,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또 어쩌면 이 사랑은 인생에 대한 아빠 나름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엄마가 죽고 없어서 넋이 나간 것도 아니고, 사랑에 빠진 것만도 아니고, 지나간 인생에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고 여기고 싶은 바람이 아빠의 마음속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인생을 선택하면서 내던져야 했던 수많은 요소들이 지금 아빠의 내면에서 거대한 힘으로 뭉쳐 그 싹을 틔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그 집.
마음으로 몇 번이나 열다 보니, 문이 그리는 선이 가슴에 예쁜 잔상으로 남았다.
집 안에는 엄마가 있다.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울리고, 아빠는 일터에서 일을 한다.
이미 세상에는 없는 집인데, 서랍을 열면 물건을 꺼낼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주전자가 있고, 거기에는 의자가 있고, 그리고 앞치마가 걸려 있다······.
태어난 아이, 그러니까 내 배다른 동생은 정말 귀엽고 작은 사내 녀석이었다.
동생은 아빠 호적에 올렸는데, 유리 씨는 그런 삶은 자기 처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입적을 거부했다. 대신 태어난 아이에게 아르헨티나 빌딩이 있는 땅을 물려주겠노라고 유언장을 썼다.
나는 유리 씨가 한 줌도 안 되는 아빠의 돈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란, 생각만 했어도 언젠가는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도 알았다. 유별나고 수수께끼에 가득 차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고결하고 순수한 여자를 의심하다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 꼬여 든 것은 애당초 우리 가족이 아닌가. 엄마를 잃고 고아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한 가족을 이루지 않았는가. 그 모든 것으로 보아 오히려 구원을 얻은 것은 아빠와 내가 아닌가.
짧은 감상평
요시모토 바나나가 출간한 책은 거의 다 가지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일본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준 작가여서인지 작가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굉장히 소중하다.
나는 왜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할까 생각해보다가 오랜만에 다시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꺼내어 읽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남들이 보기에는 유별나거나 독특한 사람들을 가족이라는 구성원으로 잘 살려내는 매력이 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이렇게도 가족이 되고 위안을 얻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남녀가 가족이 되기도 하고 동성이 가족이 되기도 하고 혹은 삶이 끝나가는 사람과 삶을 시작하게 되는 사람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동물과 내가 한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가 생각나는 책이기도 했고,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지만 망한 작이라는 평이 많아서 봐야 하나 고민이긴 하지만 책을 읽었으니 궁금증도 생긴다.
따뜻한 가족의 형태를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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