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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한국 소설)정보라-고통에 관하여

by 화더 202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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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한국 소설)정보라-고통에 관하여

 

 

저자에 대하여

 

연세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러시아와 SF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예일대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F와 환상문학을 쓰기도 하고 번역하기도 한다.

중편 '호(狐)'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단편 '씨앗'으로 제1회 SF 어워드 단편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붉은 칼',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등의 장편소설과 '저주토끼','그녀를 만나다', '씨앗','왕의 창녀' 등의 중단편 소설집이 있고, '탐욕', '광인과 수녀 / 쇠물닭 / 폭주 기관차','안드로메다 성운','그림자로부터의 탈출','거장과 마르가리타','구덩이','유로피아나','일곱 성당 이야기' 등 많은 책을 옮겼다.

 

 

 

줄거리

 

경은 친오빠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부모에게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고 각종 약물을 투약당하며 신약 개발을 위한 희생양으로 살았다.
경이 자살시도를 해서 병원에 입원을 한 날, 제약회사에 폭발사고가 일어나며 그의 부모는 세상을 떠나게된다.
폭발사고를 일으킨 태는 감옥에 수감되었고, 태가 속해있었던 ‘고통이 곧 구원’이라고 믿는 한 교단과 그 교단에 속해있던 혹은 속해있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억에 남는 글

 

NSTRA-14의 등장으로 인해 고통의 개념은  신체적인 감각에 중점을 둔 통증의 범위로 축소되었다.  사회적·문화적·철학적·정신적 의미의  고통에 대한 질문은 점차 사라졌다.  고통은 의학적인 문제였고, 의학은 과학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고통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거나 다른 방식의 시술 혹은 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고통은 견디는 것이 아니었다.  견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신병의 징후로 의심되었다.

 

 

효는 어머니가 방금 발표한 신약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을 전부 알고 있었다.  효는 약 개발의 모든 과정에 온몸으로 참여했다.  그 약 자체가 효의 고통과 공포와 강요된 인내의 결과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약을 부모가 웃는 얼굴로 발표하고 자신은  무대 아래에서 박수를 치는 상황을 효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회사도 실험실도 부모도 약도-고통도 절망도-더 이상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경은 불안정하게 허공을 돌며 움직이는  어두운 불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불꽃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경을 바라보았다.  물론 불덩어리에는 얼굴이 없었으므로  어디를 바라보는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은 불꽃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꼈다.  -너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두운 불꽃이 경에게 말했다.

 

 

경은 자주 심하게 아팠다. 생리통과 배란통이 격렬한 편이었고 편두통이 있었으며 약을 주사하기 위해 혈관을 헤집은 결과 양팔이 이유 없이 아프곤 했고, 자살을 시도했을 때 망가진 위장이 주기적으로 통증을 일으켰다. 경은 진통제를 거부했다. 경은 성장기의 10년간 다양한 약물의 온갖 작용과 부작용을 경험했으며 그 결과 약을 믿지 않았다. 경은 약을 두려워했다. 경을 설득해서 흔한 소화제 한 알이나마 복용하게 만든 것이길지 않은 결혼생활 동안 현이 이룬 가장 큰 성취 중 하나였다.

 

 

그것은 기쁨이고 분노이고 슬픔이었으며 고통인 동시에 황홀경이었고 매혹적인 이끌림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두려움이었으며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절대적인 공포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고통이었다. 물리적으로 감각하는 모든 정보를 신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지 못할 때 마음은 그것을 고통이라 정의했다. 그러므로 기쁨도, 환희도, 초월도, 아마 구원조차도, 인간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모두 고통이었다.

 

 

고통의 탐색에 매몰되면 결국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던 그 고통으로 돌아가 결국 다시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던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경은 그 사실 또한 확실히 깨달았다. 태가 상처 입은 방식은 그녀와 유사했으나 같지 않았다. 회복의 과정과 고통의 기억을 이해하는 그녀의 방식과 태의 방식은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그러므로 더 이상 과거를 헤집기 위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짧은 감상평

 

무겁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슈들이 소설에 녹아 있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친족성폭력, 가정폭력, 무분별한 약물 투약, 사이비 종교, 사회의 무관심 등.
고통을 구원이라고 생각하는 자들과 고통을 줄이기 위한 진통제인 ‘NSTRA-14’라는 신약 개발에 성공한 제약회사의 이해관계를 생각하면서 고통은 삶의 또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제약회사가 신약을 만들기까지 외면했던 또 다른 고통을 수반한 희생양들을 생각하니 그들의 취지와는 다르게 모순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전적 의미로 ‘고통’이란 몸이나 괴로움의 아픔이지만 책에서 ‘엽’의 상처를 보면 괴로운 과정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상처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삶의 의지 혹은 용기라고도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으니 ‘고통’이라는 주제가 주는 혼란스러움도 조금 있었다.
엽의 상처를 시작으로 경이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은 고통과 그 부모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사랑하는 현을 만나 소설의 마지막 엔딩을 이룰 수 있었고, 남편의 폭력을 피해 태와 한을 데리고 도망 왔던 교단에서 다시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그 길만을 달렸던 어머니 홍에게는 죽음이라는 엔딩만 있어서 씁쓸했다.

 

한번 책을 펼치면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소설 속에 나오던 토네이도와 공중을 떠다니던 불빛은 ‘그’였는지 아니면 무의식이 만들어낸 존재인지를 보며 마치 SF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도 있었다.
하나의 주제가 주는 다양한 해답을 찾는 것도 이 책의 묘미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고통에 관하여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작가 정보라의 신작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된다. 『고통에 관하여』는 붉은 칼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로, 정보라 특유의 치밀하고 치열한 설정과 서늘하게 파고드는 문장, 어둡게 번뜩이는 사유가 더욱 돋보인다. 이야기는 고통을 무력화시킨 진통제 ‘NSTRA-14’를 만든 제약회사와, 고통이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의 갈등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보라는 소설이라는 매혹적인 가능성의 도구를 통해, ‘고통’이라는 감각의 뿌리까지 낱낱이 해부하며, 독자들에게 철학적 통찰과 내면을 집요하게 찌르는 이야기의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저자
정보라
출판
다산책방
출판일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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