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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프랑스 소설) 안 세르-가정교사들

by 화더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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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프랑스 소설) 가정교사들-안 세르

 

 

저자에 대하여

1960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태어나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NRF', '랭피니 등 다양한 잡지들에 20여 편의 단편소설을 기고하다 1992년 첫 장편소설 '가정교사들'을 출간했다.

이후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 “문학 장르의 한계를 가지고 노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실험적인 소설들뿐만 아니라 동화, 영화 시나리오,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다.
2003년 어핑턴의 백마(Le cheval blanc d’Uffington)로 샤를 울몽상을, 2008년 표범 무늬 모자(Un chapeau leopard)로 치노 델 두카 재단상을, 2009년 프랑스 학생 문학상을, 2020년 단편집 온통 황금빛 여름의 한가운데(Au coeur d’un ete tout en or)로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자신이 고안한 언어로 쓴 작품 커다란 반점(Grande tiquete)을 출간했고,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최근작들은 페미나상,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 대상 등의 후보에 오르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가정교사들'은 2018년 영미권에 번역·출간되며 영미권 독자의 주목을 받았고, 조 탤벗 감독, 정호연·릴리로즈 뎁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다.

 

 

 

줄거리

오스퇴르 부부의 대저택에는 가정교사 일을 하고 있는 엘레오노르, 로라, 이네스라는 3명의 젊은 가정교사들이 있다. 

이들과 많은 남자아이들, 집 건너편에서 그들을 몰래 바라보는 노인까지 기묘한 그들의 상황과 시선을 담아낸 책이다. 

그들은 스스로 갇힌 삶을 사는 것일까? 아니면 갇혀 사는 것일까.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기억에 남는 글

 

그들은 그를 사랑하게 되리라. 그가 안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들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를 증오하게 되리라.
그를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그들은 그를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감미로운 말과 다정한 눈길 뒤에는 혹여 너무 늦는다면 그를 산산조각 내버릴 준비가 된 분별 잃은 성난 님프들이 숨어 있다.

 

 

오스퇴르 씨의 임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집안을 질서 있게 유지하기 위해 감시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든 닥쳐올 준비가 된 위험이, 있는 힘껏 벽을 부수고 창문을 열어젖힐 것이다.
그가 집의 중심에서 마치 시계처럼 감시를 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정교사들은 노란 드레스를 입고 헐떡거리며 날뛰고, 하녀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남자아이들은 창밖으로 몸을 던지고, 그토록 단정한 오스퇴르 부인은 잿빛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깡마른 나체로 현관 앞 층계에 누워 미친 여자처럼,고약한 미친 여자처럼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해오던 감시조차도 더는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그의 지휘 안에 있는 안정적인 궤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의 보살핌은 쓸모없어졌다.
집의 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셋이서 카드놀이를 할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내일, 아니면 한 달 뒤, 혹은 일 년 뒤, 또 다른 낯선 남자가 그들의 내밀함 속으로, 갑자기 마법처럼 열리는 금빛 철문 뒤에 놓인 밤처럼 감미로운 이 덫으로 걸어 들어오게 될지.

 

 

오, 나갈 수만 있다면! 처음으로 온 이 남자와 함께 떠나, 그를 이용해서 철문을 넘고, 다른 고장으로 그들을 데려갈 수 있는 그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가정교사들의 관계들은 풀어지고 서서히 느슨해질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그들 각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 말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이름으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홀로 서 마침내 서로에게서 떨어지게 되리라.

 

 

이런 식으로 가정교사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머리를 정돈하고, 표정을 고치고, 몸을 바꾸고, 그들을 자제시키고 유순하게 만들어서, 오스퇴르 부인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짧은 감상평

 

이 책은 정호연, 릴리로즈 뎁, 르나트 라인제브 주연 영화화 확정이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책장을 덮고 머릿속에서 줄곧 질문이 떠나지 않았던 강렬했던 책이었다.

또한 3명의 주인공의 색채가 자연스럽게 입혀지는 신비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3명의 가정교사는 왜 대저택에서 가정교사 일을 하는지, 어떻게 왔고 왜 떠나지 못하고 정착했는지 궁금했다.
가정교사이지만 직업만 가정교사일 뿐 아슬아슬하고 도발적인 그들의 행보에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그녀들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저택 건너편 노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시선이 책에 쓰여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분방한 그녀들과 모순되는 가정교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타인들의 시선은 별일도 아니라는 듯 느껴졌다.
책 마지막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공감했던 부분이 많아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존재도 진짜인지 허상인지 알 수 없고 저택의 남자아이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혹은 로라가 출산한 아이처럼 누군가가 출산한 아이들인지 상상하며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가지고 있던 여성성의 고정관념을 벗어버리는 3명의 가정교사 보며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인간의 쾌락과 숨겨진 본능, 건너편 노인과 다를 것 없이, 하루종일 타인을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훔쳐보는 오늘날 또 다른 타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담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광기 어린 행동 안에 언뜻 보이는 원초적인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책이었다.
또한 외설적인 부분을 영화에서 어떻게 다룰지도 관건이긴 하겠다.

 

 

 

 
가정교사들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수상하고 페미나상과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 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작가 안 세르의 첫 장편소설 《가정교사들》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됐다. 최근 영미권에 번역되어 비평계의 찬사를 받았으며, 한국 배우 정호연을 캐스팅한 영화화 소식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세르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분류가 불가능한’ 성격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데뷔작인 《가정교사들》에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설은 여성의 성적 욕망과 감각의 마법에 대한 고전적 이야기를 새롭게 다시 쓰기 한 작품으로, 본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명의 젊은 가정교사에 대한 어두우면서도 유쾌하고 심오하면서도 경쾌한 우화다.
저자
안 세르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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