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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소설)위화- 허삼관매혈기

by 화더 2024.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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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매혈기, 작가에 대하여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다.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1983)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1988) 등 실험성 강한 중단편소설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첫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1993)을 선보인 위화는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1993)을 통해 작가로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인생』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이는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 작품은 중국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출간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매년 40만 부씩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허삼관 매혈기』(1996)는 출간되자마자 세계 문단의 극찬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위화는 명실상부한 중국 대표 작가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중국 현대사회를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장편소설 『형제』(2005)와 『제7일』(2013)은 중국 사회에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전 세계 독자들에게는 중국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산문집으로는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등이 있다.

 

1998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Premio Grinzane Cavour, 2002 제임스 조이스 문학상 James Joyce Foundation Award, 2004 프랑스 문화 훈장 Cheval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 2004 반즈앤노블 신인작가상 Barnes & Noble Discovery Great New Writers Award, 2005 중화도서특별공로상 Special Book Award of China, 2008 쿠리에 앵테르나시오날 해외도서상 Prix Courrier International, 2014 주세페 아체르비 국제문학상 Giuseppe Acerbi International Literary Prize, 2017 이보 안드리치 문학상 The Grand Prize Ivo Andric, 2018 보타리 라테스 그린차네 문학상 Premio Bottari Lattes Grinzane을 수상하였다.

(출처:예스24 작가 소개)

 

허삼관매혈기, 책 속의 글

 

허삼관은 일락이에게 비계로 된 홍소육을 만들어 준 뒤 허옥란에게 붕어찜을 요리해 주었다.
붕어에다 훈제 고기, 생강, 버섯을 함께 넣어 소금을 살짝 바르고 황주를 뿌린 뒤 잘게 썬 파를 얹어서 한 시간 정도 익힌 후에 뚜껑을 여니 맑은 향기가 방 안에 가득히...
허삼관이 눈에 선하게 만들어 낸 붕어찜은 방 안 가득히 침 넘어가는 소리를 자아냈다.
그러자 허삼관이 아들들을 꾸짖었다.
'이건 너희 엄마를 위해서 만든 건데, 너희들은 침을 왜 삼켜? 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었으면 이젠 자도록 해라.'
마지막으로 허삼관은 자기가 먹을 돼지간볶음을 만들었다.

 

그때 허옥란은 자기 아버지 집에서 아버지가 매일 누워 낮잠을 자느 등나무 평상에 앉아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도 눈주위가 벌겋게 상기된 채 걸상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어제 방철장이 가져간 물건들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세어 가며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있었다.
'제가 10년간 힘들여 모은 물건들을 그 사람들은 두 시간만에 가져가 버렸어요.
10년간의 제 고생....옷감 두단도 가져갔어요.
아버지가 저 시집갈 때 주신 그 옷감 말이에요.
옷 해 입기도 아까워서 애지중지 아껴 두던 것들인데...'
그렇게 허옥란이 손가락들을 꼽고 있을 때 방철장 일행은 모든 물건들을 되돌려 놓고 있었고,그녀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그들이 돌아간 후였다.
그녀는 문 앞에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어제 실려 나갔던 물건들이 다시 돌아와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탁자며 상자,걸상...보고 또 보고서야 그녀는 10년 동안이나 고락을 함께했던,방 한 가운데의 탁자 곁에 앉아 있는 허삼관을 바라보게 되었다.

 

"일락이가 방 철장의 아들 머리를 박살냈을 때 피를 팔러 갔었지.
그 임 뚱땡이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피를 팔았었고, 그런 뚱뚱한 여자를 위해서조차 흔쾌히 피를 팔다니.
피가 땀처럼 더우면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식구들이 57일간 죽을 마신다고 또 피를 팔았고, 앞으로 또 팔겠다는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고생을 어떻게 견디나…….
이 고생은 언제야 끝이 나나."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거라는 것을 안 셈이지요.
제가 공장에서 번 돈은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이 피 흘려 번 돈을 함부로 써 버릴 수는 없지요. 반드시 큰일에 쓰도록 해야지요.

 

 

허삼관매혈기, 짧은 감상평

 

위화 작가는 현대 중국 문학계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꼽힌다고 한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반해버렸다.

피를 팔며 살아가는 허삼관의 이야기인데 무시무시한(?) 책 제목과는 다르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어째 눈물보다는 웃음이 나오는 소설이다.

물을 엄청나게 마신 상태로 터져오는 오줌보를 참아가며 피를 팔아 35원을 받고 체력 회복을 위해 돼지 간 볶음 한 접시와 데운 황주 두 냥을 먹으며 신체 건강한 자신을 바라보며 뿌듯하여 허허 웃어버리는 주인공을 보면 피를 파는 행위가 슬프다기보다 하나의 자부심이라고 생각이 든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을 겪는 시대적 배경을 가진 소설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의 소용돌이보다는 밥 한 끼 배불리 먹는 것이 가장 평안한 삶이었던 서민들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실제 중국에서는 매혈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한다.

피를 팔아 목숨을 부지하고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수입원이 되겠지만, 결국은 부자들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이

매혈을 하기에 무분별한 매혈과 채혈로 인하여 대규모 에이즈 감염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매혈이 가정을 지키고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겠지만, 결국은 피라도 팔아야 불평등한 세상에서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불가항력의 삶이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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