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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소설) 천쓰홍- 귀신들의 땅

by 화더 202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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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저자에 대하여

타이완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번역가.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976년 타이완 융징향(永靖鄕)에서 한 농가의 아홉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푸런(輔仁) 대학 영문과와 국립 타이완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독자와 평론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현재 타이완 문단의 중심에 떠오른 작가로, 임영상(林榮三) 단편소설상과 구거(九歌) 출판사 연도소설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귀신들의 땅』으로 타이완 최고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금장상(金鼎?) 문학부문상과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반역의 베를린』 『베를린은 계속 반역중이다』 『아홉 번째 몸』과 소설 『손톱에 꽃이 피는 세대』 『영화귀도(營火鬼道)』 『태도』 『변신의 플로리다』 『알러지를 제거하는 세 가지 방법』 등을 출간했다. 『귀신들의 땅』은 12개 언어로 출간되었고, 《뉴욕타임스》 《라이브러리 저널》 《르몽드》 《마이니치신문》 등에서 격찬받았다.

(출처: 예스24 작가 소개)

 

귀신들의 땅, 목차

1부 엄마가 안 보여

 

1 첫 번째 타운 하우스 11

2 바닥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다 21

3 비닐봉지 없는 얼굴 32

4 천씨 성의 여성 호적원 37

5 양타오 나무 위의 막내 51

6 좋은 운명을 타고난 셋째 딸 64

7 귀신의 말 76

8 낮이 없는 백악관 85

9 간장 공장 담장 위의 향장 98

10 고마워, 파리 109

11 이리 와, 이리 오라고 124

12 네이후 장화 동향회 138

13 콩기름 매미 150

14 가벼운 배는 이미 만 겹의 산을 지났다 158

15 유서 172

 

2부 톈홍이 돌아오다

 

16 용싱 수영장 179

17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193

18 불을 찾다 203

19 어두운 밤은 죽었다 217

20 1984년의 맥도날드 감자튀김 229

21 뱀탕 242

22 온몸에 베를린의 가을이 달라붙다 252

23 이오니아식 기둥 265

24 더 많은 짝 잃은 장갑들을 찾아서 273

25 원대한 꿈, 용징의 빛 285

26 산속에 있지도 않고 바람 속에 있지도 않고 294

27 청자오마 영화관 307

28 하마는 아주 위험하다고요 320

29 전부 야생 백조들이야 334

30 피부 속의 붉은 꽃을 파내다 344

 

3부 울지 마

 

31 손금의 미궁에 빠지다 355

32 저는 그저 춤 연습을 하러 왔을 뿐이에요 362

33 이 죽일 놈의 비는 가는 바늘이라 376

34 남자랑 하겠다는 것이었다 383

35 일본 비타민 391

36 다섯 자매의 입을 꿰매 버리다 404

37 지붕 위에는 뱀과 용, 봉황과 호랑이가 있었다 418

38 성결함과 불결함이 그의 몸에서 서로 만나다 429

39 이웃집 고양이를 안고 바다로 수영하러 가다 438

40 가장 좋은 건 파리까지 들리는 거였지 448

41 U-995 455

42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462

43 백악관 방습 상자 안의 유서 두 통 471

44 경찰이 동성애 범죄 커플을 체포하다 475

45 바람이 시작되는 곳은 어디일까 481

 

작가의 말 491

옮긴이의 말 499

 

귀신들의 땅, 책 속의 글

중원절: 타이완에서는 음력 7월 15일을 중원절로 정하고 음력 7월을 귀월(鬼月)로 규정하여 모든 유형의 귀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절을 올려 건강과 사업의 번창을 기원한다.
음력 7월 1일에는 귀문(鬼門)이 열려 귀신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7월 15일에는 귀신들의 기운이 가장 세지다가 31일에 가까워지면서 수그러든다고 한다.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비의 폭탄을 맞은 듯 흠뻑 젖은 자신의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일본인들이 있었을 때, 공습경보가 울리면 하늘에서 미군이 투하한 폭탄이 떨어지고 땅 위에는 폭발에 의해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다.
안경잡이가 사직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는 또다시 공습경보를 들었다.
엄마에게 어떻게 말하지? 몸 안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고 말해야 했다.
그녀는 엄마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쉿!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 아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일도 없는 거야.
다음 날, 그녀는 엄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위안린에 가서 파마를 했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서 엄마는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합장을 하고 대나무 숲을 향해 절을 올렸다.
쉿! 엄마가 말했다.
쉿! 절대로 말하면 안 돼.
대나무 숲의 여자 귀신은 바로 네 외할머니야.
엄마의 엄마란 말이야.

 

나는 귀신이다.
귀신인 내가 귀신에 대해 얘기하는 건 아주 적절한 일 아닐까? 나는 죽었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기억은 나의 존재이자 순환의 매개다.
나의 기억과 타인들의 기억을 통해 나는 존재한다.
이곳에 존재하고 현장에 존재하고 여기에 존재하고 저기에 존재한다.
나는 기억에 의지하고 기억에 기생한다.
기억이 있는 곳, 말할 이야기가 있는 곳이 바로 내가 있는 현장이자 구전의 역사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들의 목구멍과 구강과 혀끝에 존재한다.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그 아이가 다섯 자매 가운데 가장 예뻤다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
내가 아찬과 결혼하던 해에 중매쟁이 할멈이 그녀가 마을에서 가장 예쁜 여자라고 말했다.
가장 예쁜 딸은 아찬을 가장 많이 닮았다.
눈이 크고 가슴도 크고 눈썹이 진하고 피부가 희었다.
두 여자는 서로 가장 닮았지만 서로 가장 미워했다.
어린 딸을 죽인 살인자는 내 마누라였다.
다행히 나는 딸의 얼굴을 잊어버렸다.
이는 마누라의 얼굴을 잊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귀신들의 땅, 짧은 감상평 

 

여러모로 신기하고 대단한 책이었다.

작가는 타이완 소설가이자, 영화배우이기도 하며 이 책의 막내아들 ‘톈홍’처럼 독일에 거주하며, 타이완 용징향에서 태어났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줄곧 가정을 배경으로 글을 쓰긴 했지만 고향인 용징에 대해 쓴 것은 처음이기도 하고, 아홉 명의 구성원이 있는 대가족의 모습은 항상 드라마틱한 사건도 많았고, 요란스러웠다고 한다.

천씨 가문 사람들의 삶과 죽음, 증오와 혐오, 성장과 쇠락의 대서사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남아선호사상에 미쳐버린 할머니와, 이로 인해 딸만 내리 다섯을 낳고 아들 둘을 낳은 며느리.

딸들에게 가해지는 어머니의 각종 구박과 차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사람들.

각종 혐오에 시달리고 대물림되는 것을 보면 역시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신의 문이 열리는 달’인 중원절이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소재였는데, 귀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혼을 달래는 중원절의 모습과 각종 미신들이 신비롭기도 했다.

대만 역사에 대해서 잘 몰랐었는데 미리 대만의 역사나 중원절 등에 대하여 찾아보고 읽었더니 몰입이 더 잘 되었다.

책장을 덮으니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대만의 역사와 자유를 얻기까지의 고난과 외로움들이, 마치 잊히지 않아 그 자리에 영속되어 있는 그들을 ‘귀신’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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