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관하여
(소설/일본 단편소설) 요시모토 바나나-불륜과 남미, 사랑과 상실 그 속의 불륜과 남미
저자인 요시모토 바나나는 1964년 출생하였으며, 1987년 데뷔하여 '카이엔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등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특히 1988년에 출간된 <키친>은 지금까지 2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되어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열대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키친>, <도마뱀>, <암리타>,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하드보일드 하드 럭>, <티티새>, <허니문>, <하치의 마지막 연인>,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등이 출간, 소개되었다.
줄거리
책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든 불륜을 소재로 남미의 배경 혹은 연고가 있었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전화
-마지막 날
-조그만 어둠
-플라타너스
-하치 하니
-해시계
-창밖
이렇게 7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모두 불륜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흔하지만 기본 주제인 사랑, 가족, 상실을 요시모토 바나나는 감정의 깊음을 누구보다 짙게 표현하였다.
기억에 남는 글
하룻밤 묵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 호텔을 생각할때마다 나는 마사히코의 주검과 밤의 잔디밭에서 사랑하는 록 스타의 잠을 지키는 천사들을 떠올리리라. 자그마하고 해묵은 마리아상과 향내 나는 더러운 손수건을 생각하리라.
그것이 멋진 추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세상에 두 번은 있을 수 없는 묘한 추억이란 것만은 분명했다. -전화 中
나는 전혀 불륜 체질이 아니었다. 자기 체질이 아니라는 것은 해보지 않고서는 잘 모른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다. 토요일 아침에 그 사람이 돌아가면 늘, 아침 햇살 속에 떠다니는 빛나는 먼지의 입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 똑같은 맛의 커피를 마셨고, 같은 접시에 담긴 계란 프라이의 맛을 놓고 얘기를 나눴는데, 지금은 없다. 아까 틀어놓은 CD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미 연락을 취할 수도 없다. 이런 상태는 죽음과 거의 다르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 외로움의 껄끄러운 질감이 나는 그저 거북할 뿐이었다. -마지막 날 中
나는 배가 잔뜩 부르도록 다코야키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그래, 이 사람들의 어머니와 내가 어딘가 닮은 걸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눈앞에 있는 주름이 깊게 새겨진 할머니의 여렸을 적 얼굴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낡은 보라색 옷도 코가 뭉툭해진 구두도 큼지막한 천 가방도 모두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누나는 몇 년 전에 남편과 사별한 후 외동딸을 칸사이로 시집보내고, 파출부만이 드나들 뿐인 독신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누나가 다코야키를 탐하는 마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결혼을 반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정도의 이유였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달리 가족이 없으니까 자기를 가장 생각해 주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이 무서웠으리라. 나는 이 사람들의 아이이며 동시에 부모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생활 속에서 이 사람들이 인생에 두고 온 무언가를 함께 나눠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남편에게 주려고 계란빵을 사고, 누나게도 선물용을 사 싸드렸다. 중요한 것은 식욕이 아니라, 신경을 써주는 마음이다. 생활에서 그런 것이 사라지면 사람은 점점 탐욕스러워진다. -플라타너스 中
짧은 감상평
가장 처음 저자의 책을 접했을 때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자극적이라기엔 따뜻한 부분도 있었고 우울하기도 하여 요시모토 바나나가 국내 출간한 책은 전부 읽었던 기억이 있다.
불륜이라는 주제가 민감할 수 있지만 일본 작품들을 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인지라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내가 느낀 책의 키워드는 '사랑, 가족, 상실'의 이야기이다.
작품으로만 본다면 불륜 또한 사랑의 일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만남이 있고 헤어지기도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은 일반적인 사랑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7가지의 단편이 끝나고 나오는 [작가의 말] 부분이다.
실제로 글 중 나왔던 호텔이나 장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있어서 책이 끝나고도 한 번 더 생각나게 만든다.
작가의 말 뒤에 수록된 여행 일정에서는 중간중간 수록된 아르헨티나의 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는 책이였다.
저자가 원했듯, 아르헨티나 여행을 간다면, '이곳에서 이 주인공이 걷고 있었으려나'하고 이 책을 자연스레 떠올릴듯하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소설) 다자이 오사무-인간 실격,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 (0) | 2023.01.28 |
---|---|
(경제 경영) 이즈미 마사토-부자의 그릇,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1) | 2023.01.26 |
(에세이) 이국종-골든아워 1, 2 중증외상센터의 현실 (0) | 2023.01.22 |
(인문 에세이) 유시민-어떻게 살 것인가 (0) | 2023.01.21 |
(공포/스릴러)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마인드헌터, 프로파일링 창시자의 회고록 (2) | 2023.01.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