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관하여
(소설) 알베르 카뮈-페스트, 흑사병이 가져다 준 인간의 무력감과 공포
'페스트'의 저자인 알베르 카뮈는 1913년 11월 7일 알제리의 몽도비에서 아홉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전쟁에 징집되어 목숨을 잃은 뒤,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와 할머니 아래에서 가난하게 자란다.
가난한 환경이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각별한 총애를 받으면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대학에 갈 기회를 얻는다.
대학 재학 시절 생계를 위하여 여러 가지 일하면서도 창작의 세계에 눈을 떠 가는데, 이 시기에 장 그르니에(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가이다. 대표작으로는 '사력砂礫의 물가', '존재의 불행'이 있다)를 만나 그를 사상적 스승으로 여긴다.
1934년 장 그르니에의 권유로 공산당에도 가입하지만 내면적인 갈등을 겪다 탈퇴한다. 교수가 되려고 했으나 건강 문제로 교수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고, 진보 일간지에서 신문기자 일을 한다. 1942년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에세이 [시지프 신화], 희곡 [칼리굴라]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 한다.
1947년에는 7년여를 매달린 끝에 탈고한 [페스트]를 출간하는데, 이 작품은 즉각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알베르 카뮈는 비평가상을 수상한다. 44살의 젊은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받지만, 그로부터 3년 후인 1960년 1월 4일 미셸 갈리마르와 함께 파리로 떠나다가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줄거리
총 1부에서 5부까지 구성되어 있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 가량의 목숨을 앗아갔던 페스트(흑사병)가 해안도시인 '오랑'에서 발병되며 일어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첫 시작은 이 글의 서술자이자 이성적인 인물인 '리유'가 병원 계단에서 죽어있는 쥐 한 마리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단지 쥐덫으로 인한 죽임이겠지, 혹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기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페스트의 발병은 조용히, 그리고 아주 빠르게 퍼져나간다.
마을은 아무리 치워도 나오는 쥐들의 사체들과, 고열을 동반한 목과 사지에 퍼지는 멍울과 반점을 호소하는 마을 주민들로 가득하게 된다.
페스트임을 알았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인정하지 않는 시의회 관계자들로 인해 페스트는 더 빠르게 퍼져나가고, 리유와 몇몇 그의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기억에 남는 글
나흘째 되는 날부터 쥐들은 떼를 지어서 거리에 나와 죽었다. 아침에 변두리 지역에서는 뾰족한 주둥이에 작은 꽃 같은 선혈을 묻힌 채, 어떤 놈은 퉁퉁 부어서 썩어가고 또 어떤 놈은 빳빳이 굳은 몸에 아직도 수염만은 꼿꼿이 세워가지고 그냥 개천 바닥에 즐비하게 나자빠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초기에는 이웃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얼마 후엔 부리나케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결국 싸움과 눈물과 설득, 요컨대 추상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신열과 불안으로 과열된 아파트 속에서 여러 가지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병자는 끌려간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애는 마치 누가 위장을 잡아 뜯기라고 하는 듯, 가냘픈 신음 소리를 내면서 다시 몸을 구부렸다. 어린애는 한참 동안 그처럼 몸을 접은 채 마치 그의 연약한 뼈대가 휘몰아치는 페스트의 광풍에 꺾이고 끊임없이 신열이 반복되는 바람에 삐걱거리듯, 오들오들 떨면서 경련과 전율로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돌풍이 지나가자 몸이 약간 풀리고 열이 물러가면서 축축하고 독기 있는 모래사장 위에다가 헐떡거리는 그 아이를 내던져 놓는 것이었는데, 편안히 쉬고 있는 그 모습이 벌써 주검과 같았다.
짧은 감상평
현재 코로나라는 전염병 시대에 살아가며 느끼는 부분과 과정이 같아서 놀랐던 책이다.
소설이긴 했지만 철학적인 내용이 많았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또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점점 무너지고 무질서가 되는 모습을 보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은 존재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고 싶었다.
페스트 환자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리유와,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서둘러 오랑에서 탈출을 감행하지만 결국 마음을 바꾸어 보건대와 함께 하기로 한 랑베르의 감정 변화도 감동 깊었다.
지금 이 시점에도 환자들을 위한 삶을 살고있는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이 생각났다.
오통 판사의 아들이 페스트에 걸려 죽음에 이르는 부분은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이 끔찍했다.
이처럼 페스트는 직업,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그들의 삶을 죽음에 다가서게 했다.
이런 비극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죽음 앞에서는 그저 이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오랑 시민들에게는 현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이라는 것이 눈앞에 닥쳤을 때야 비로소 보였던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구절처럼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다. 이처럼 페스트균 같은 절망과 죽음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많이 다가올지, 그 고통이 길어질지는 책 내용에서 갑자기 페스트균이 소멸한 것처럼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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