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관하여
저자 천명관은 1964년 경기 용인 출생이다.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하여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되기도 했고, 영화화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진 마흔 즈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부문에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었고,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고래]가 당선되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이 "감히 이 소설을 두고 문학동네소설상 십 년이 낳은 한 장관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한 [고래]의 '충격'에 대해, 소설가 은희경은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소설가 임철우는 "그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 속에, 보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과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아울러 담긴다면, 머잖아 우리는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권터 그라스의 [양철북] 같은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줄거리
춘희로 시작하여 춘희로 끝나는 책의 이야기는 춘희의 엄마 금복과, 금복이 떠나는 날에 죽음을 맞이한 금복의 아버지, 오갈 곳 없던 금복의 첫 부둣가 생활을 도와준 생선 장수, 금복에게 영화를 처음 보여주었던 칼자국, 장대한 몸집과 먹성의 걱정이, 금복의 딸이자 못나고 덩치도 커서 아름답진 않지만 점보와의 유대감이 감동적이었던 춘희, 그런 춘희를 애틋하게 감싸주던 쌍둥이 자매, 춘희에게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고 믿음을 주었던 코끼리 점보, 점보보다 못한 인성의 트럭 운전사, 묵묵히 벽돌에 온 인생을 쏟았던 文 씨, 교도소에서 춘희를 괴롭히던 '바크셔'란 별명을 가진 철가면 등 많고 인상적인 인물들의 대서사가 휘몰아치며 560쪽의 책을 가득 채운다.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력인지 모를 만큼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세 명의 여자의 기구한 삶과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억에 남는 글
어째서 노처녀는 불쌍한 반편이를 캄캄한 물속으로 밀어넣었을까? 자신에게 끔찍한 사매질을 가했던 주인집에 복수를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함이었을까, 여기서도 우리는 대답을 들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벌치기가 죽었을 때 꿀벌들이 그의 몸에 새카맣게 달라붙어 큰 덩어리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몸에 달라붙은 벌들로 인해 벌치기의 시체는 마치 커다 바위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꿀벌들은 말벌과 싸울 때처럼 그의 몸에 달라붙어 빠르게 날갯짓을 해댔다.
나중에 노파와 딸이 시체에서 벌들을 떼어내려고 하자 그 속이 어찌나 뜨거웠던지 그녀는 불에 덴 것처럼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훗날 사람들은 그 이유가 벌들이 벌치기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라고도 했고 또는 자신이 돌봐주던 주인을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도 했고, 또 혹자는 벌치기를 죽인 것이 바로 벌들이라고도 했다.
춘희가 헤어지기 싫다는 듯 점보의 굵은 다리를 껴안자, 이를 위로하듯 점보는 긴 코로 춘희를 쓰다듬었다.
당연하지. 보고 싶은 것들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 있어.
그녀가 고래에게 매료된 것은 단지 그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짧은 감상평
소설인데 소설 같지 않고 판타지인 듯 하나 판타지는 아닌 진정한 '이야기' 보따리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작가는 어쩜 이렇게 맛깔스럽고 몰입도를 주는 작품을 만들었는지, 마지막 장을 덮고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 같은 책이었다'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은근 주변 지인들도 많이 읽은 책이어서 짧은 후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 장 너무 충격적 아니에요?'
'춘희가 가장 불쌍해'
'기구해도 이렇게 기구할까'
미간을 찌푸릴 정도의 충격적인 장면도 있었고, 말 한마디 못 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떠난 춘희가 가여웠고, 갑자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노파의 영혼과 애꾸눈까지 판타지 요소들도 가득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하여 집중해서 읽은듯하다.
춘희가 죽기 전에는 한마디라도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마지막 춘희의 벽화가 그려진 부분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인 금복의 사랑은 못 받고 자랐지만 자기 자식에게만큼은 스스로 말은 못 해도 온몸으로 지켜주고 온기를 주었던 춘희의 인생.
각 인물마다 잊을 수 없을 정도의 특징들도 기억에 남고,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글이 아닌 장면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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